
추위에 몸을 감싼 천들로 가득하다. 눈이 내려 마음이 설레며 들뜬 마음에 이 사람 저 사람 너나 할 거 없이 연말약속을 잡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또한 연인과 함께 호텔로 향했다. 우리 사귀고 나서 처음으로 지내는 크리스마스니까 좋은 호텔에서 지내자고 약속이 생각났다. 서울에 있는 화려하고 고급진 호텔로 예약했다. 오후 4시쯤 되니 살살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고,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는 고조되었다. 길거리엔 빨간색 초록색 따뜻한 조명색으로 가득 찼고, 재즈풍의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 껏 들뜬 표정으로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내 애인도 그들과 같은 들뜬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날 바라보면서.
애인과 저녁으로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여자친구가 얼마 전에 먹어보고 싶다고, 무슨 맛일지 궁금하다고 했던 집이었다. 예상대로 여자친구는 기대했던 만큼 맛있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까지 행복해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게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불러진다는 말이 이 말이었을까. 저녁식사와 함께 가벼운 주류를 곁들였고 살짝 알딸딸해진 기분으로 호텔에서 먹을 디저트를 사러 갔다. 우리는 떨어지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팔짱과 손을 잡으며 갔다. 우리나라의 좋은 점 여자끼리 팔짱을 끼고 손을 잡아도 많이 친한가 보다 생각하는 거. 동성친구끼리고 자주 하는 스킨십이니까. 우리는 애인사이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해서 우리를 별종취급하지 않는 것 그건 좀 다행이었다.
디저트와 와인을 사고 호텔로 향하는 길에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술에 취해 여자친구와 더 가까워지고 싶고 여자친구를 기쁘게 하고 싶고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체크인을 하고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자친구에게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볼과 입술에 키스를 했다. 여자친구도 추위로 발갛게 된 뺨으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안아주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누구라도 떨어질 생각이 없는 것처럼 딱 붙어서 객실로 향했다. 객실로 들어서니 예상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전구색으로 물든 반듯하게 정리된 객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조명. 창문에 비치는 우리 두 사람.
짐을 정리하고 디저트와 와인을 준비해 테이블에 앉았다.우리가 좋아하는 재즈풍의 캐롤음악을 틀었다. 여태 살아오면서 나랑 음악취향이 겹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주로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을 선호했다. 내 취향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사람들은 항상 템포가 빠르고 신나는 노래를 틀곤했다. 밸런스가 중요하니까 이해했다. 작년 어느 모임에서 내가 음악을 선곡할 일이 있어 잔잔한 음악을 틀고 한 두 곡이 지나갔을 때 언제나 처럼 같이 템포가 빠른 음악으로 바꿨다. 그때 차분한 분위기를 원했던 나는 익숙한 상황에서도 조금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었을까. 어떤 여성이 나에게 본인도 방금 노래 참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그렇게 그냥 아는 사람이 나의 음악취향과 비슷한 사람.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 나랑 친한 사람. 나랑 사귀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사랑하는것. 그만한 행복이 있을까.객실로 들어서니 예상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전구색으로 물든 반듯하게 정리된 객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조명. 창문에 비치는 우리 두 사람.
짐을 정리하고 디저트와 와인을 준비해 테이블에 앉았다. 우리가 좋아하는 재즈풍의 캐럴음악을 틀었다. 여태 살아오면서 나랑 음악취향이 겹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주로 조용하고 잔잔한 음악을 선호했다. 내 취향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사람들은 항상 템포가 빠르고 신나는 노래를 틀곤 했다. 밸런스가 중요하니까 이해했다. 작년 어느 모임에서 내가 음악을 선곡할 일이 있어 잔잔한 음악을 틀고 한 두 곡이 지나갔을 때 언제나처럼 같이 템포가 빠른 음악으로 바꿨다. 그때 차분한 분위기를 원했던 나는 익숙한 상황에서도 조금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었을까. 어떤 여성이 나에게 본인도 방금 노래 참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그렇게 그냥 아는 사람이 나의 음악취향과 비슷한 사람.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 나랑 친한 사람. 나랑 사귀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사랑하는 것. 그만한 행복이 있을까.
디저트와 와인을 곁들여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서로 말주변은 별로 없었지만 항상 둘이 함께면 퀘퀘묵은 옛날이야기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변한다. 아직도 너라는 사람을 모르는 게 참 많아 더 알아가고 싶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얼어있던 몸이 난방으로 노곤노곤해져 조금씩 눈이 감겨왔다. 우리 씻을까? 여자친구가 먼저 욕실로 들어가서 씻고 나는 뒷정리를 했다. 욕실에서 뿌연 김이 나왔다. 창틀에 기대 바깥 풍경을 보니 도로 위의 차량의 불빛과 길거리 조명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언제 이런 시기가 있을까. 바깥 풍경을 보고 있자니 뿌연 김 사이에서 여자친구가 젖은 머리와 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너도 얼른 씻어~라고 하며 로션이 있는 곳으로 갔다. 나는 씻은 여자친구 목 쪽을 한 번 냄새를 맡았다. 씻고 나온 사람에게서 나는 비누냄새 뜨거운 김 냄새가 기분을 참 좋게 한다. 얼른 씻으라면서 나를 살짝 밀쳐내고 웃었다. 나는 알겠다며 욕실로 갔다. 하루 종일 냉동과 해동을 반복한 몸을 뜨거운 물로 씻고 있자니 하루의 피로들이 녹아내려져 가는 듯했다. 하 살 것 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씻고 가운을 걸치고 욕실로 나오니 여자친구가 창문으로 바깥 풍경을 보면서 한 잔 더 하고 있었다. 씻고 나온 여자친구가 너도 더 마실 거야? 물어봤다. 좋아. 영화 볼까? 하고 TV를 틀어 OTT서비스에서 크리스마스 때 보자고 둘이서 골라놨던 영화를 틀었다. 우리는 호러 마니아였음에 감사했다. 진짜 너랑 크리스마스 때 무서운 영화 봐서 너무 좋다. 나도. 서로를 보고 진짜 행복해했다. 영화 내용은 항상 비슷했다. 악마가 나오고 퇴마를 시도하나 악마가 너무 강해 실패하지만 결국 퇴마에 성공한다. 하지만 악의 끄나풀이 있어 결국 후속 편이 나올듯한 내용. 영화가 끝나고 여자친구와 영화에 대해 토론을 했다. 어느 부분이 아쉬웠고 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갔고 어느 부분 진짜 놀랐다는 점. 너라면 주인공 처럼 했을 거야? 나라면 이랬을 거야라는 상상으로 같이 유영했다.
서로의 옆에 누워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온기가 느껴져서 따뜻했고, 와인의 취기가 확 올랐다. 술 때문일까. 애인 때문일까. 손을 잡을 수도 있고, 눈을 더 가까이 마주 볼 수 있어 좋았다. 여자친구는 부끄러운 듯 눈을 살짝 피했지만 이내 눈을 마주쳐왔다. 그냥 이렇게 계속 바라만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여자친구는 입을 맞춰왔다. 포근한 이불과 부드러운 입술에 따뜻한 체온. 어느새 갈아입은 잠옷사이로 뜨거운 몸을 만졌다. 믿을 수 없이 행복한 밤이었다.